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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또다른 홍차 브랜드인 립톤(Lipton)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영국의 대표적인 홍차 브랜드인 트와이닝(Twining)에 대한 내용을 다뤘는데요. 우리나라에선 '홍차' 하면, 아무래도 트와이닝보다는 립톤의 인지도가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트와이닝 홍차를 즐겨 마시는 입장이라 그런지, 트와이닝은 전통적으로 우려마시는 찻잎이나 티백이 떠오르고, 립톤은 파우더 형태의 과일 향 아이스티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 립톤의 아이스티는 잘 마시지 않습니다. 대신 립톤의 옐로우 티를 밀크티 만들 때에 사용할 뿐이지요.)
그런데 혹시 립톤의 브랜드 국적이 영국인 것을 알고 계셨나요? 저는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립톤은 그 뿌리부터가 미국의 회사라고 오해했었는데요,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니 왜 제가 그런 오해를 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트와이닝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시작된 립톤이라는 회사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립톤은 19세기 후반에 설립된 차 브랜드인데요, 설립자 토마스 립톤(Thomas Lipton)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이 토마스 립톤이라는 인물이 꽤나 흥미로운데요, 그는 매상이 썩 좋지 않은 작은 식료품 상점을 하는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하여 토마스 립톤은 13살이라는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부모님의 상점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며 야간 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동네 선원들이 들려주는 미국 여행 이야기와 무용담에 매료되어 미국에 대한 막연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저곳에서 열심히 일하여 번 돈으로 미국행 비행기 표를 사서 미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그는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며 몇 년 동안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고는 부모님의 일을 돕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의 상점은 여전히 매상이 좋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소위 '미국 물'을 먹은 토마스 립톤의 눈에는 부모님의 상점 경영방식이 굉장히 거슬렸던 것입니다. 기상천외한 광고 등의 마케팅 방식이 난무하는 미국에서 수년간 잔뼈가 굵어진 그는 자신이 배워온 미국의 광고 방식을 도입하여 부모님의 상점을 돕다가, 이내 곧 독립하여 '토마스 J. 립톤 컴퍼니'를 설립하고 식료품 마켓을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1871년이라고 합니다.
자신만의 마켓을 경영하게 된 토마스 립톤의 사업 기질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합니다. 그가 자신의 상점에 적용했던 마케팅 방식 중 한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상점 내부의 두 곳에 각기 다른 거울을 배치했습니다. 한 거울은 홀쭉해 보이는 거울이었고, 나머지 거울은 상대적으로 넓적해 보이는 거울이었습니다. 홀쭉해 보이는 거울에는 '립톤 가게에 입장하기 전 당신의 모습'이라는 설명을, 넓적해 보이는 거울에는 '립톤 가게에서 나가는 당신의 모습'이라는 설명을 부착해 두었다고 합니다. 그가 의도한 것은 "립톤 상점에 들어오기 전엔 마르고 여위었지만, 나갈 때에는 통통하고 활기 있는 모습이 된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아마 2017년인 대한민국에서 이런 마케팅 기법을 사용했다면 그 상점은 파리만 날리고 있었겠지요. 하지만 당시의 미의 기준이 지금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에 이러한 광고의 효과가 아주 좋았던 모양입니다. 이외에도 미국에서 보고 배운 여러 기발한 광고로 인해 그의 상점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독립한지 3년 만에 그는 지점을 낼 수 있었고, 10여년 뒤에는 체인점이 20개 이상 늘어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립톤이 더욱 크게 성장했던 배경에는 이러한 기발한 광고 외에, 또 다른 경영 방식이 단단히 한 몫을 했습니다. 립톤이 본격적으로 홍차를 출시하던 시기의 영국에는, 상대적으로 값이 싼 인도산이 유입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는 상류층과 고위층의 전유물이었던 홍차 문화가 점점 일반인들도 즐기는 문화가 되었고, 홍차는 전 국민적 기호품이 되던 분위기였습니다.
립톤은 이 시대적 흐름을 잘 캐치하여, 서민들이 부담을 느끼는 대용량으로 포장된 홍차 판매 대신 다양한 단위로 포장한 홍차를 판매하는 등 판매 방식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또한, 홍차의 단가를 더욱 낮추기 위해 노력하였고, 양질의 홍차를 더욱 저렴한 값으로 판매하기 위해서 유통 방식까지 바꾸게 됩니다. 그 이전에는 소위 '잘나가던' 립톤 상점에 차 도매상들이 홍차를 납품하기 위하여 줄을 섰었지만, 유통 방식을 바꾸기로 결심한 립톤은 땅 값이 저렴한 해외의 농지를 구입하여 직접 차를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는 방법으로 차의 질은 높이고 단가는 낮추는 방식으로 립톤의 사업은 점점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후에 차 판매상으로는 처음으로 기사 작위를 수여받게 되었고, 그 이후엔 영국 귀족의 반열에까지 오르는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립톤과 트와이닝의 서로 다른 경영 방향성이 눈에 띕니다. 트와이닝은 우선적으로 상점의 위치 선정에 공을 들였습니다. 당시 성행하던 '커피하우스'로 진입하는 길목인 동시에, 주변에 상류층과 부유층이 많이 사는 목이 좋은 위치에 첫 상점을 개업하였던 것입니다. 또한, 당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커피 하우스' 출입을 여성들 또한 출입 가능한 곳으로 전환시켜 사업의 큰 성공과 더불어 차 문화에 있어 남녀평등을 실현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의 품질을 최고급으로 유지시켜 상류층과 부유층의 인정과 지지를 받았고, 이후엔 황실 납품의 영예까지 얻게 되었죠. 쉽게 말해, 홍차의 고급화, 프리미엄 화를 이룩하여 성공을 꾀한 것입니다. 물론, 홍차 문화가 일부 계층의 소유물이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요.
반면, 립톤은 기발한 광고를 이용한 마케팅 방식과 더불어 홍차를 대중화 하는 방식으로 경영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이 또한 점점 낮아지는 찻잎의 단가와 홍차의 대중화가 진행되고 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겠지요. 더불어 립톤이 미국에서 경험했던 부분들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잠시 말씀드린바 있지만, 홍차의 보급화, 다양한 변화 등등을 받아들임에 있어서는 전통을 고수하길 좋아하는 보수적인 영국인들보단 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립톤과 트와이닝 두 사람의 공통점은 역시, 시대적 상황과 흐름을 잘 캐치하여 사업에 반영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립톤은 점점 유럽 시장에서도 큰 성공을 이루었고, 이후에 북미에서의 높은 홍차 수요를 파악하여 북미 시장까지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북미에는 지사를 두었고, 영국 본사는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며 계속하여 성장합니다. 그러다가 1898년에는 주식회사로 상장하여 '립톤 주식회사'가 되었습니다. 반면, 미국 지사는 토머스 립톤의 개인 회사로 남았다고 합니다. 이 시점에서 '영국의 립톤 주식회사'와 '미국 립톤 컴퍼니'로 구분되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후에, 영국의 립톤 주식회사는 '메도우 데어리스(Meadow Dairies)'에 의해 인수되었다가 이는 또 다시 여러 유통업체와 합병을 통하여 '얼라이드 서플라이어스(Allied Suppliers)'를 설립하였기 때문에 립톤 주식회사는 '얼라이드 서플라이어스'의 자회사가 되었습니다. 한편 미국의 립톤 컴퍼니는 '유니레버(Unilever)'가 인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의 인구 증가와 경제의 성장으로 인해 미국의 시장이 크게 확장되었고, '유니레버 산하의 립톤'이 '얼라이드 서플라이어스의 립톤'을 매출에서 앞지르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역시 유니레버 립톤(미국 립톤)이 새롭게 출시했던 과일 향 홍차, 파우더 형 아이스티 등의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니레버는 곧 시장 확대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홍차 제품들은, 차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뜨겁게 즐기는 문화인 영국, 중국, 인도 등에 적용시키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전 세계 차 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꿈꿨던 유니레버 립톤은 얼라이드 서플라이어스 산하에 있던 립톤을 인수해버렸고, 이를 통하여 유니레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차 음료업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립톤의 역사와 내막을 조금은 알고 나니, 제가 왜 립톤을 '근본부터 미국 제품'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어째서 '립톤' 하면 '레몬 혹은 복숭아 아이스티 파우더'가 떠올랐는지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립톤의 티 상품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판매된 시점이, 유니레버가 얼라이드 서플라이어스의 립톤을 인수하고 이른바 '완전체 립톤'이 된지 훨씬 이후의 일이었을 테니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었지요.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거나 제가 애용하는 상품들의 기원을 알아보는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특히나 홍차를 매일 즐겨 마시는 입장에서 제가 좋아하는 제품의 역사를 알아보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모든 공부가 이렇게 즐거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음 포스트에서는 또 다른 재미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무더운 여름 잘 극복하시고 건강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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