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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홍차를 구입하려다가 종류가 너무 많아서, 혹은 어려운 이름 때문에 헤매거나 망설인 적이 있나요? 홍차는 종류와 더불어 각각의 이름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홍차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헷갈리고 어렵기 마련입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홍차의 종류를 알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홍차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홍차는 그 종류만큼이나 분류하는 기준도 다양한데요. 오늘은 딱 3가지 기준으로 분류하여 홍차의 종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세 가지 기준이란, 뭘 섞어 마시는지, 몇 군데에서 채취했는지, 그리고 향을 첨가했는지의 여부에 따른 기준입니다. 아주 쉽고 기본적인 분류 방법이지만, 입문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이기도 하니 이번 기회에 잘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스트레이트 vs 베리에이션


 홍차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이, 마실 때 추가로 무언가를 넣었는지 아닌지의 여부입니다. 아무 것도 섞지 않고 우린 홍차를 '스트레이트 티 (Straight Tea)'라고 하며, 홍차를 우릴 때 혹은 마실 때 뭔가를 섞었다면 그건 '베리에이션 티 (Variation Tea)'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 드리자면, 스트레이트 티는 순수하게 찻잎으로만 이루어진 홍차에 끓인 물 말고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우린 홍차 그자체입니다. 반면, 베리에이션 티는 설탕이나 과일 등 뭔가를 넣어서 마시는 홍차입니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홍차에 우유를 넣은 밀크티도 베리에이션 티에 속합니다. 



2. 클래식 vs 블렌드 


 홍차를 구분하는 또다른 기준은, 제조된 홍차의 원산지가 한 곳인지 아니면 두 곳 이상인지의 여부입니다. 한 군데에서 채취한 홍차를 '클래식 티 (Classic Tea)'라고 하며, 두 군데 이상에서 채취한 찻잎이 믹스된 홍차가 '블렌드 티 (Blended Tea)'입니다. '섞였는지 아닌지'의 기준이 위에서 말씀드린 '스트레이트와 베리에이션'과 헷갈릴 수도 있지만, '클래식과 블렌드'의 핵심이 되는 기준은 '산지가 몇 군데이냐' 입니다. 흥미롭게도, 클래식 티는 한 곳의 원산지에서 제배한 찻잎만을 가지고 홍차를 만든 것이기 때문에, 재배된 지역의 이름이 그 홍차의 이름에 포함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다즐링 홍차'도 '다즐링'이라는 지역에서 채취된 찻잎으로 만들어진 '클래식 티'의 한 종류입니다. 만약 어떤 홍차의 이름에 어디선가 들어본 지역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홍차는 '클래식 티'라고 파악하시면 될 것입니다. 또한, 처음 보는 이름을 가진 홍차를 직면했을 때, 그 홍차가 '홍차의 이름에 포함된 어떤 지역'에서 재배된 차라는 설명이 표기되어 있다면 그 홍차는 '클래식 티'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입니다. 




 3. 플레이버리 티 


 플레이버리 티란 홍차에 가향처리, 즉 향을 입힌 홍차를 의미합니다. 플레이버리 티를 '향차'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플레이버리 티는 제다 과정에서 별도의 향을 첨가하여 생산된 홍차인데요. 보통 향이 나는 무언가를 섞어서 향을 입히곤 합니다. 첨가되는 향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지만, 사과, 딸기, 시트러스 계열과 같은 과일향이 가장 많이 첨가되는 편이고 꽃 향이나 허브의 향이 첨가된 홍차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플레이버리 티는 '향수의 나라'답게 프랑스에서 가장 발달한 편이라고 합니다. 


 저의 지난 포스트에서도 몇 번 설명 드린바 있는 '얼 그레이 티' 역시 플레이버리 티에 속합니다. 그런데 플레이버리 티는 첨가한 향으로 차의 이름을 짓는 게 일반적인 반면, 얼 그레이는 사람 이름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바로 '그레이'라는 영국의 수상이자 백작 때문인데요. 당시 영국에서는 너무나 비싼 홍차의 가격에 대한 반작용으로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은, 이른바 '가성비 좋은 홍차'를 연구하는 상인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아주 값비싼 차로 소문났던 어느 중국의 차에 룽안(용안, long'an)이라는 열대과일이 첨가된다는 잘못된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상인들은 좀처럼 룽안을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 대체과일로써 베르가못을 사용하여 차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요즘 말로 하면 명품 홍차의 '저렴이 버전'을 만든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홍차를 좀 전에 말씀드린 그레이 백작이 마시고는 극찬을 한 계기로 그 차의 이름은 '얼 그레이'가 된 것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얼 그레이는 베르가못을 섞어서 만든 홍차이지만, 음용하면서 섞은 게 아니기 때문에 베리에이션 티는 아닙니다. 오히려 베르가못을 섞으면서 그 향을 첨가한 것이 되기 때문에 향차, 즉 플레이버리 티로 분류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상 세 가지 기준으로 분류한 홍차의 종류를 살펴봤습니다. 예전에는 (특히 서방국가에서) 홍차가 매우 비쌌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인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어떤 재료를 섞어서 팔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과일이나 허브, 심지어는 약재까지 섞어서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른바 홍차 연금술의 유행으로 인해 너도나도 섞기 시작하면서 금세 수백 가지가 넘는 홍차의 종류가 생겨났고, 그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얼 그레이입니다. 그렇게 블렌딩 기술은 날마다 발전하게 됩니다. 두 가지 이상을 섞거나 비율을 다르게 섞기도 하고, 더 나아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을 우유를 섞은 밀크티까지 탄생했습니다. 나중엔 스트레이트 홍차보다도 '뭔가 섞인 홍차'가 더 훌륭하다는 인식까지 생겼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사실 저 역시도 그런 홍차를 더 선호하기도 하고요. 


 저는 가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티를 냉침으로 우린 홍차에 작은 레몬 조각과 얼음을 넣어서 차갑게 마시곤 합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냉침 방법을 소개한바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참고해 주세요!) 혹은 뜨거운 물로 진하게 우린 잉글리시 브랙퍼스트에 우유 대신 아몬드 브리즈(아몬드 맛 두유)를 소량 넣어서 마시기도 합니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가 다소 맛이 강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섞어 마시기가 좋더라고요. 여러분도 오늘 홍차의 기본적인 분류 방법을 알게 되셨으니, 자신에게 맞는 홍차 한 가지를 찾아서 각자 취향에 맞게 섞어 마셔보는 건 어떤가요? 


 홍차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은 저의 다른 글도 참고해 주세요. 그럼 저는 이만 포스트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