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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포스트에서는 홍차를 즐기는 방식을 시간대로 구분한 '티타임(Tea Time)'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티타임'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는 보통,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의미에서의 '브랙퍼스트 티(Breakfast tea)'와 점심식사 후 느긋하게 즐기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정도를 떠올릴 듯합니다. 하지만 티타임에는 이 두 가지를 포함하여 다섯 가지티타임이 있으며, 각 티타임이 생겨난 유래나 성격 등이 조금씩 다릅니다. 


 앞선 세 포스트에서 말씀드린바 있지만, 홍차 문화는 원래 고위층, 부유층의 문화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제 성장, 차 가격의 저하, 인권 의식등의 변화 등 매우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점차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차 문화의 역사 속에서 여러 방식으로 다양한 차 문화가 파생되었는데 '티타임'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면 대략적으로 그 문화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붙여서, 차 문화가 일부 계층에서 전체 계층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 문화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염두해 두고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릴 다섯 가지 티타임은, 브랙퍼스트 티 (Breakfast Tea), 티 브레이크 (Tea Break), 애프터눈 티 (Afternoon Tea), 하이 티 (High Tea), 애프터 디너 티 (After Dinner Tea)로 나뉩니다. 하나씩 그 배경과 자세한 내막을 알아봅시다. 




 1. 브랙퍼스트 티 (Breakfast Tea)

 


 영국이 차로 유명하지만, 사실 차를 마시는 문화는 동양에서 비롯된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의 영국 아침식사에는 홍차 대신 알콜음료를 마시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동양으로부터의 찻잎을 수입하면서 영국에 차 문화가 자리 잡히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동양적 취미라고 할 수 있는 차 문화는 상류층, 고위층에서 먼저 유행처럼 번지곤 하였습니다. 브랙퍼스트 티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흥미로운 점은 왕실에서 유행이 시작되어 마치 관행처럼 자리를 잡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아침에 차를 마시면 잠에서 깨고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고, 따뜻한 우유와 섞어 밀크티를 만들어 마시면 든든하여 간단한 아침식사 대용으로도 좋기 때문에 그 관행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브랙퍼스트 티는 찰스 2세와 혼인한 캐더린이 아침식사에서 알콜음료대신 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유행처럼 퍼졌다고 합니다. 또한 그 후에 메리여왕 역시 동양에서 건너온 그릇 등의 식기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차를 즐기게 되었고, 그녀를 이은 앤여왕도 차를 아침마다 즐겼다고 합니다. 이렇게 왕실에서 시작된 유행은 풍습처럼 자리 잡아 점차 널리 퍼지게 되었고, 18세기 초반에는 왕실 이외의 상류층 사람들도 누구나 가정에서 차를 즐기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8세기 후반이 되어서는 차의 가격이 예전보다 저렴해졌고 차의 공급량 또한 많아져서 일반 사람들도 아침식사에 알콜음료 대신 차를 곁들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차는 더이상 상류 사회만의 사치품이 아닌 일상적인 필수품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의 유행과 취미로써 차 문화를 즐겼던 왕실과 상류층에 반하여, 빈곤한 노동계층은 브랙퍼스트 티를 마시게 된 이유가 조금은 다릅니다. 특히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남자들이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선 식사 시간을 앞당길 필요가 있었는데, 전통적인 방식으로 오랜 시간 아침을 준비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간편한 식사대용으로 빵과 함께 차를 곁들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밀크티 역시 탄생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한 '브랙퍼스트'라는 이름을 가진 홍차의 한 종류까지 존재하는 걸 보면 차와 문화의 상관관계가 굉장히 재밌습니다. (참고로 '브랙퍼스트'라는 홍차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기 좋을 만큼 맛이 다소 강한 타입의 홍차입니다.) 



 2. 티 브레이크 (Tea Break) 



 티 브레이크의 시작은 브랙퍼스트 티와는 조금 다릅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초기까지는, 농장의 인부들이 작업 중에 마시는 음료는 맥주와 같은 알콜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랜드라는 어느 농장주는, 작업 중이나 퇴근 후에 마시는 알콜류 대신 차를 마신다면 인부들의 건강에도 좋고 일의 효율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출근 이후부터 퇴근까지 차를 무제한으로 공급했더니 성과가 매우 좋았습니다. 이는 곧 다른 농장주들에게까지 입소문을 탔고, 실제로 능률이 오르자 더욱 빠르게 퍼져 전국의 농장이나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차를 마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직장에서의 휴식시간에 차를 마시는 문화로 정착하였습니다. 정착된 이후에는 공장이든 사무실이든 모든 직장에서 차를 제공하는 것이 근로자를 위한 당연한 복지정책이라는 인식이 생겨났습니다. 또한 점차 발전하면서 직원 휴게실에 차와 간식을 비치해 두거나 직원들에게 차를 제공하는 '티 레이디'라는 직종까지 생겨났다고 합니다. 물론 '티 레이디'는 자판기나 캔이 보편화 되면서 사라졌습니다. '티 레이디'를 생각하니 우리나라에도 예전엔 있었지만 지금은 보기 힘든 '엘리베이터 걸'이 생각이 납니다. 


 티 브레이크는 이러한 계기와 과정을 통하여 하나의 관습이 되었습니다. 저는 티 브레이크가, 왕실이나 상류층의 유행, 즉 위에서부터 아래로 번진 문화인 브랙퍼스트 티와는 반대로 노동의 현장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듣기로는, 이 티 브레이크 덕분에 많은 노동자, 근로자들이 제2차 세계대선 중의 고단한 작업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3. 애프터눈 티 (Afternoon Tea) 



 애프터눈 티는 우리말로 '오후의 차'라고 합니다. 언뜻 보면 티 브레이크와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와 성격이 서로 상반되는 티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프터눈 티를 마시는 시간은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이며, 점심식사와 저녁식사 사이에 스콘 등의 간식과 함께 홍차를 마시며 여유를 갖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이 애프터눈 티를 시작한 사람은 안나 마리아라는 공작부인이라고 하는데요, 점심과 저녁 사이에 허기가 지고 기운이 없어 그 시간마다 간식과 홍차를 즐기곤 했습니다. 그러다 공작부인의 집에 방문한 손님들이 하나 둘 씩 애프터눈 티를 함께 경험하게 되고, 이는 공작부인들을 비롯한 상류층에 유행이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애프터눈 티의 상징적 의미는 한가로운 오후를 만끽하는 여유, 세련되고 사교적인 행사라고 합니다. 또한 애프터눈 티타임에 초대를 받는다는 것은 '당신은 이제부터 나의 친구'라는 우정의 의미를 내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애프터눈 티의 이러한 성격으로 말미암아, 당시의 노동계층에 속한 사람들과는 다소 현실적으로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역시 애프터눈 티는 상류사회의 한가로운 문화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4. 하이 티 (High Tea) 



 '하이 티'라는 티타임은 조금 생소한데요. 하이 티는 노동계층에서 시작되어 중·하류층으로 점차 발전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하이 티는, 산업혁명 시대의 전형적인 노동계층 가정에서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와 저녁과 함께 곁들이는 차라고 합니다. 당시의 노동계층에서는 맞벌이 가정이 많았고, 상류층의 여유로운 티타임인 애프터눈 티를 즐기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리하여 자녀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고 부모들이 힘든 작업을 끝내고 돌아오면 모두 피곤하고 배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식사와 함께 빠르고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는 차를 곁들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에는 노동계층뿐만 아니라 여러 계층에서 하이티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여가활동을 하면서 즐기거나, 홈 파티를 열면서 즐기는 등 각자가 하이티를 자신들에게 맞게 해석하여 변형시켜 하이 티타임을 보냈다고 합니다. 



 5. 애프터 디너 티 (After Dinner Tea) 




 애프터 디너 티는 말 그대로 저녁식사 후에 갖는 티타임입니다. 가족이나 초대한 손님들과 저녁식사 후 편안한 분위기의 티타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노동계층을 비롯한 일반계층 보다는 중·상류층의 사회에서 자리 잡은 문화라고 합니다. 보통 저녁식사 후 남성들은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것이 보편적인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럴 때면 여자들은 휴게실이나 응접실과 같은 다른 장소에 따로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독서, 혹은 뜨개질을 하며 차를 즐기는 것을 애프터 디너 티타임이라고 합니다. 



 이상 다섯 가지 티타임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차 문화가 영국 사회에 이토록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정말 놀랍습니다. 또한 각 티타임의 시작과 성격이 다른데, 이를 통해 당시의 사회 모습도 엿볼 수 있어서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여러분들도 각자 취향에 맞는 홍차를 준비하셔서 아침에는 상쾌함을, 오후에는 여유로움을 만끽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